멀쩡한 상장사 감사들 줄줄이 해임·재선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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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 폐지논란과 업계요구/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주주총회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폐지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장회사들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대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총 결의요건 완화, 감사선임시 적용하는 대주주 의결권 3% 룰 폐지 등으로 제도변화의 공백을 메워달라는 것이다.

섀도 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미참석 주주들의 주식(의결권)도 주총 의결에 합산하는 방식. 주총 결의를 도와주자는 취지이지만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소수·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 의욕을 떨어뜨리고 일부 기업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1991년 도입된 제도가 25년만에 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안 마련과 업계의 준비를 위해 유예기간까지 뒀지만, 막상 폐지가 임박하자 상장사들은 "이대로는 큰일난다"며 아우성이다. 속사정은 무엇일까.

◇고육지책? 꼼수? "3년은 벌고 보자"

지난 3월, 12월 결산법인 상장회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에 임기(3년)가 충분히 남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돌연 해임하고 새로 선임하는 회사가 속출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은 700여곳. 이 가운데 80곳 이상이 감사를 재선임했다. 그중 30여곳은 동일인물을 감사·감사위원에 재선임했다. 섀도보팅이 사라지면 감사선임이 어려울 수 있으니 2016년까지 감사임기 3년은 시간을 벌자는 업계의 자구책이었다.

주총 안건은 일정한 통과비율(의결정족수)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보통결의는 △출석 주식수의 과반뿐 아니라 △발행주식총수의 1/4(25%) 찬성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특히 감사선임 건에 대해선 대주주가 3%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주총 때마다 모든 주주들이 참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러 회사 주식을 조금씩 보유한 소액주주의 경우 이른바 '주총데이'에 모든 보유회사 주총을 찾아다니기란 물리적으로 어렵다. 회사 입장에선 아무리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해도 의결정족수 미달사태가 생기기 쉽다.

이를 대비해 예탁결제원은 맡고 있는 그 회사 주식을 실제 주총장에서 나온 찬반 비율대로 나눠 의결권을 행사한다. 주총 참석 주주들이 특정안건에 찬성 7대 반대 3으로 투표했다면 섀도보팅 합산 결과도 7대 3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정 의견에 치우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용어는 '중립적 의결권 행사'이다.

◇업계 아우성, 금융위원회 일부 수용했지만

상장협은 이달 '섀도우보팅제도 페지에 따른 주주총회 운영 정상화 의견'을 마련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입법권을 지닌 국회에 건의했다. 상장협은 "발행주식총수 찬성요건과 3%룰을 유지한 채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 선임 등 주총 결의가 지장받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주총의 혼란은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지므로 결코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결과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건의안 핵심은 △주총 결의요건 완화 △감사 선임시 대주주에 적용하는 3% 룰(지분이 많아도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제도) 폐지 등 상법 개정사항이다. 이 같은 제도변경을 시행할 때까지 섀도보팅 폐지를 적어도 1년은 유예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폐지유예는 자본시장법 부칙을 손대야 한다.

우선 발행주식 전체의 일정비율(보통결의는 1/4, 특별결의 1/3) 찬성 요건은 폐지하고 보통결의는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 특별결의는 출석 의결권의 2/3 이상만 찬성하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상장사보다 상장사의 주식분산 정도가 심하니 상장사 특례를 인정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둘째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 룰' 폐지다. 3% 룰은 경영진 견제라는 감사의 역할상 대주주가 감사임명에 전횡을 휘둘러선 안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최대주주는 보유주식이 아무리 많아도 감사·감사위원 선임·해임시 의결권은 3%가 한계다(개별 3%룰). 특히 감사 선임시엔 최대주주는 혼자가 아니라 특수관계인을 합쳐 3%가 적용된다(합산 3%룰).

건의문은 이밖에 △주총 의안 전부가 아니라 일부 의안에 대해서도 의결권대리행사 권유가 가능하게 하고 △실물 위임장이 아닌 전화·인터넷으로 위임장을 권유·수여할 수 있게 하는 전자위임장 도입을 제시했다.

이 같은 요구는 정부도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메일 등 전자방식으로 위임장을 받을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상장협 건의사항 중 하나이고 국회에서 법을 재개정하지 않고도 금융위 재량으로 가능한 조치다.

업계는 그러나 그것만으로 근본해결이 될 수 없다며 결의요건 완화와 3%룰 개선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24일 국회에선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 공동주최로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에 따른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 정책세미나'가 열린다. 상장사 대표, 금융위, 법무부, 법조계 등이 참여해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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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상장사 감사들 줄줄이 해임·재선임…왜?

[the300-섀도보팅 폐지, 발등의 불 ①]상장협, 3%룰 폐지·결의요건 완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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